어제는 13년이나 알고지낸 친구 녀석과 신도림에서 오랜만에 한잔했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시원한 맥주를 꽤 많이 마신 모양이다. 오며가며 시간 때울려고 책 한권을 가방에 넣고 갔는데 집에 와서보니 많은 부분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가는 길엔 분명 반 밖에 읽지 못했는데 어떻게 마지막 130페이까지 중요 부분에 줄이 그어지 있는지 세월이 흘러도 알콜 독서는 변함이 없다.
장미의 가시에 찔려 죽은 것으로 유명한 보헤미아 태생의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젊은 시인게게 보내는 첫번째 편지에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길을 일러준다.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그 무엇에 대한 근거가 자신의 심장의 가장 깊은 곳까지 뿌리뻗고 있는지 확인하고, 만약 이루려는 그 무엇이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말한다. 깊은 밤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을 골라 스스로 물어보고 "난 그거 아니면 안돼"라는 짤막한 말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열망에 근거한 당신의 삶은 무심하고 하찮은 시간까지도 충분히 표시되어야 하고 증거가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내면과 깊은 고독속으로 파고 들어가 삶의 샘물이 솟아오르는 그 깊은 곳을 살펴보고, 그 원천에 도달하여 인생에서 이루려는 그 무엇이 꼭 이루어 져야 하는지의 스스로 물어보고, 물음에 대한 답이 명확해 지면 더이상 의심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모든 성장과 발전을 조용하고도 진지하게 이어나가라고 말한다. 내면으로의 전향을 통하지 않고 자꾸만 바깥 세계만을 쳐다보고 무슨 보상이나 받을까 고민하지 말라는 것이다. 가장 조용한 시간에 은밀한 감정을 통해서나 답해질 수 있는 성질의 질문들을 외부로부터 답을 얻으려 할 때처럼 당신의 발전에 심각한 해가 되는 것도 없다는 것이다. 남의 의식하지 말고 스스로 결정한 무엇은 목숨걸고서라도 지켜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내 인생에서 목숨걸고 해야만 하는 것은 무엇인가?